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는 왜 더 크게 흔들리나
다른 명령
금리가 오르면 주가는 대체로 부담을 받지만, 그 정도는 종목마다 다르다. 이익의 상당 부분을 먼 미래에 낼 것으로 기대받는 성장주는 지금 이익이 안정적으로 나는 가치주보다 금리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리는 경향이 있다. 미래에 받을 돈을 지금 가치로 바꿀 때 쓰는 할인율이 올라가면, 멀리 있는 돈일수록 지금 가치가 더 많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금리 상승이 할인율을 거쳐 성장주의 주가수익비율(PER)을 끌어내리는 과정을 차례로 따라간다.
- 금리 상승 → 할인율 상승 → 먼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 크게 감소 → 성장주 PER 하락 폭이 가치주보다 큼 순서로 전달된다.
- 같은 100만 원이라도 할인율이 3%에서 5%로 오르면 1년 뒤에 받을 돈의 현재가치는 약 1.9%, 10년 뒤에 받을 돈은 약 17.5% 줄어든다.
- 2022년 금리 인상기에 코스피는 약 24.9%, 코스닥은 약 34.3%, 미국 나스닥 종합 지수는 약 33.1%,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약 8.8% 내렸다. 다만 코스닥과 나스닥이 순수한 성장주 지수는 아니고, 다우지수도 순수한 가치주 지수는 아니다.
-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문 2023년에는 네 지수가 모두 올랐다. 주가는 금리와 함께 이익 전망과 경기에 따라 움직인다.
한눈에 보는 흐름
국채처럼 위험이 낮은 자산의 수익률이 오른다
주식에 요구하는 수익률도 함께 오른다
멀리 있는 돈일수록 할인을 여러 번 거친다
이익이 먼 미래에 몰린 기업의 가치가 더 많이 깎인다
1년 뒤의 100만 원과 10년 뒤의 100만 원 (가상 예시)
두 사람이 각각 약속 증서를 한 장씩 갖고 있다. 한 사람은 1년 뒤에, 다른 사람은 10년 뒤에 100만 원을 받는다. 이 증서를 지금 팔면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 사는 사람은 그 돈을 다른 곳에 맡겼을 때 받을 이자를 기준으로 값을 매긴다.
1년에 3%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1년 뒤의 100만 원은 지금 약 97만 874원, 10년 뒤의 100만 원은 약 74만 4,094원이다. 그런데 이자가 5%로 오르면 두 증서의 값이 달라진다. 1년 뒤의 100만 원은 약 95만 2,381원으로 1.9% 줄지만, 10년 뒤의 100만 원은 약 61만 3,913원으로 17.5% 줄어든다.
금리가 똑같이 2%포인트 올랐는데 10년짜리 증서의 값은 1년짜리보다 아홉 배 넘게 깎였다. 10년짜리는 오른 이자를 열 번 겹쳐서 할인받기 때문이다. 이익을 먼 미래에 낼 것으로 기대받는 성장주는 10년짜리 증서에, 지금 이익을 내는 가치주는 1년짜리 증서에 가깝다.
단계별로 따라가기
1. 금리 상승 → 할인율 상승
주식의 가치는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현금흐름)을 지금 가치로 할인해 더한 값으로 볼 수 있다. 이 방법이 할인현금흐름분석법(DCF)이다. 이때 쓰는 할인율은 국채처럼 위험이 낮은 자산의 금리에 주식의 위험에 대한 보상을 더한 값이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투자자는 같은 주식에도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게 되고, 할인율이 올라간다.
2. 할인율 상승 → 먼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크게 감소
할인율이 오르면 모든 미래 이익의 현재가치가 줄어들지만, 줄어드는 비율은 이익이 들어오는 시점이 멀수록 커진다. 위의 가상 예시에서 1년 뒤 돈은 1.9%, 10년 뒤 돈은 17.5% 줄었다. 지금은 이익이 작거나 없어도 앞으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받는 기업은 가치의 대부분이 먼 미래 이익에서 나오므로, 같은 할인율 변화에 더 크게 흔들린다.
이 구조는 채권과 닮았다.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데, 돈이 들어오는 시점을 금액으로 가중평균한 듀레이션이 길기 때문이다. 성장주를 흔히 "만기가 긴 채권"에 빗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채권에서 만기와 금리 민감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에서 자세히 다룬다.
3. 현재가치 감소 → 성장주 PER이 더 크게 하락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성장 기대가 큰 기업은 지금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아 PER이 높게 형성되는데, 이 높은 PER에는 먼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가 담겨 있다. 성장률까지 함께 따지려고 PER을 이익 성장률로 나눈 주가이익성장비율(PEG)을 쓰기도 한다.
단순화한 모형으로 차이를 보면 이렇다. 이익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자라고, 이익 가운데 같은 비율을 배당으로 나눠 준다고 가정하면 PER은 할인율과 이익 성장률의 차이(할인율 − 성장률)에 반비례한다. 할인율이 8%에서 9%로 1%포인트 오를 때, 이익 성장률 5%를 기대받는 기업은 이 차이가 3%포인트에서 4%포인트로 벌어져 PER이 25% 낮아진다. 성장률 1%를 기대받는 기업은 차이가 7%포인트에서 8%포인트가 되어 PER이 12.5% 낮아진다. 같은 금리 변화에도 성장 기대가 큰 쪽의 PER이 두 배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실제 기업은 이 가정대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이 계산은 방향과 크기를 가늠하기 위한 가상 예시다.
가치주, 배당주와의 차이
가치주는 지금 벌어들이는 이익이나 보유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된 종목을 말한다. 가치의 많은 부분이 가까운 시기의 이익에서 나오기 때문에, 할인율이 오를 때 현재가치가 줄어드는 폭이 상대적으로 작다. 이익의 일부를 꾸준히 나눠 주는 배당주도 투자자가 받는 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이 가까운 시기에 들어온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다만 가치주나 배당주가 금리 상승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이나 국채의 이자와 배당수익률을 견주게 되어 배당주의 상대적 매력이 줄어들 수 있고, 금리 상승이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 이익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 두 유형의 전반적인 차이는 가치주 vs 성장주 비교와 성장주 vs 배당주 비교에서 다룬다.
실제 사례: 2022년 금리 인상기와 2023년
2022년에는 한국과 미국이 모두 금리를 빠르게 올렸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00%(2021년 말)에서 3.25%(2022년 말)로, 미국 연준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0~0.25%에서 4.25~4.50%로 올렸다. 금리 상승과 채권 가격의 관계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에서 다룬다.
같은 해 주요 주가지수는 다음과 같이 움직였다. 연간 등락률은 각 해 마지막 거래일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했다.
| 지수 | 2021년 말 | 2022년 말 | 2022년 등락률 | 2023년 말 | 2023년 등락률 |
|---|---|---|---|---|---|
| 코스피 | 2,977.65 | 2,236.40 | −24.9% | 2,655.28 | +18.7% |
| 코스닥 | 1,033.98 | 679.29 | −34.3% | 866.57 | +27.6% |
| 나스닥 종합 지수 | 15,644.97 | 10,466.48 | −33.1% | 15,011.35 | +43.4% |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 36,338.30 | 33,147.25 | −8.8% | 37,689.54 | +13.7% |
2022년에는 기술·성장 기업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코스닥과 나스닥 종합 지수가 코스피보다 크게 내렸고, 미국에서도 나스닥 종합 지수의 하락 폭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보다 훨씬 컸다. 금리가 오를 때 성장주가 더 크게 흔들린다는 설명과 같은 방향이다.
다만 이 비교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코스닥은 중소·벤처기업과 기술기업이 많이 상장된 시장의 지수이고, 나스닥 종합 지수는 나스닥 시장에 상장된 대부분의 종목을 담은 지수다. 둘 다 성장주만 골라 만든 지수가 아니어서, 성장성이 낮은 종목도 들어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미국 대형주 30개를 주가 수준에 따라 가중하는 가격가중 방식의 지수로, 가치주만 담은 지수가 아니며 기술 기업도 포함한다. 두 지수의 하락에는 금리 말고도 업종 구성, 기업 규모, 경기 전망, 투자 심리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다.
2023년에는 금리가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2023년 1월 기준금리를 3.50%로 올린 뒤 연말까지 유지했고, 연준은 7월 목표 범위를 5.25~5.50%로 올렸다. 그런데도 네 지수는 모두 올랐고, 2022년에 더 크게 내렸던 코스닥과 나스닥 종합 지수의 상승률이 더 컸다. 이 반등의 원인을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예외와 한계
- 이익 성장이 금리보다 빠를 때: 할인율이 올라도 기업 이익이 그보다 빠르게 늘면 현재가치는 오히려 커질 수 있다.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도 실적이 크게 좋아진 기업의 주가는 오를 수 있다.
- 경기가 좋아서 금리가 오를 때: 경기가 살아나 금리가 오르는 경우에는 기업 매출과 이익 전망도 함께 좋아져, 할인율 상승의 부담이 상쇄되기도 한다. 반대로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빠르게 올리는 경우에는 이익 전망이 함께 나빠질 수 있다.
- 지수 구성 업종의 차이: 코스피, 코스닥, 나스닥 종합 지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담고 있는 업종과 기업 규모, 가중 방식이 다르다. 지수 사이의 등락률 차이를 모두 성장주와 가치주의 차이로 볼 수는 없다.
- 고금리에도 반등한 2023년: 2023년에는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했는데도 코스닥과 나스닥 종합 지수가 크게 올랐다. 금리 수준 자체보다 금리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예상, 기업 실적, 업종별 흐름 등이 함께 작용했을 수 있지만, 이 문서에서 원인을 단정하지는 않는다.
- 성장주와 가치주의 경계: 같은 기업도 시기와 평가 기준에 따라 성장주로도, 가치주로도 분류될 수 있다. PER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성장주라고 볼 수는 없다.
이어 읽기
- 금리 상승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에서 다룬다.
- 한국 대표 주가지수의 산출 방식과 주요 시기의 종가는 코스피에서 다룬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1.5.1.1 주식시장(일)」(통계표 802Y001) — 코스피·코스닥 종가(2021.12.30, 2022.12.29, 2023.12.28). 원자료는 한국거래소 지수. https://ecos.bok.or.kr/#/SearchStat
- Nasdaq, NASDAQ Composite Index(COMP) Historical Data — 나스닥 종합 지수 종가(2021.12.31, 2022.12.30, 2023.12.29). https://www.nasdaq.com/market-activity/index/comp/historical
- Federal Reserve Bank of St. Louis, FRED, Dow Jones Industrial Average(DJIA) —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종가(2021.12.31, 2022.12.30, 2023.12.29). 원자료는 S&P Dow Jones Indices. https://fred.stlouisfed.org/data/DJIA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2021~2023년 기준금리.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 Federal Reserve, Open Market Operations —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2021~2023).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openmarket.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