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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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떨어진다. 채권은 발행할 때 정해진 이자를 만기까지 똑같이 주는데, 시장 금리가 오르면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많은 이자를 주기 때문에 옛 채권은 값을 깎아야 팔린다. 이 문서는 기준금리가 오를 때 국고채 금리를 거쳐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까지 영향이 이어지는 과정을 따라가고, 만기와 표면금리에 따라 흔들리는 정도가 왜 달라지는지 설명한다.
- 기준금리 인상 → 국고채 금리 상승 →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 하락 순서로 전달된다.
- 채권 가격은 앞으로 받을 이자와 원금을 지금 시장 금리로 할인한 값이라, 시장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내려간다.
- 만기가 길수록,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인다.
- 2022년에는 국고채 3년물 월평균 금리가 1.800%(2021년 12월)에서 4.235%(2022년 10월)로 올랐고, 10월 레고랜드 사태 뒤에는 회사채와 기업어음(CP) 금리가 국고채보다 훨씬 크게 벌어졌다.
한눈에 보는 흐름
연 3% 채권과 연 4% 새 채권 (가상 예시)
액면 1,000만 원, 표면금리 연 3%인 채권을 갖고 있다고 하자. 해마다 이자 30만 원을 받고, 3년 뒤 만기에 원금 1,000만 원을 돌려받는다. 계산을 단순하게 하려고 이자는 1년에 한 번 받는다고 가정한다(아래 2022년 추정치는 실제 국고채처럼 6개월마다 이자를 받는다고 가정해 따로 계산했다). 그런데 금리가 올라 비슷한 채권이 이제 연 4%, 해마다 40만 원을 준다.
이 채권을 팔려고 내놓으면 사는 사람은 새 채권과 견준다. 같은 1,000만 원이면 해마다 10만 원을 더 주는 새 채권을 살 수 있으니, 내 채권을 1,000만 원에 사 줄 사람은 없다. 사는 사람이 연 4%를 벌 수 있을 만큼 값을 깎아야 거래가 된다. 남은 이자와 원금을 연 4%로 할인해 계산하면 그 값은 약 972만 원이다. 금리가 1%포인트 오르자 채권 가격이 약 2.8% 내려간 셈이다.
만기가 10년 남은 채권이라면 사정이 더 나쁘다. 해마다 10만 원씩 덜 받는 기간이 10년이나 이어지기 때문에, 같은 계산으로 약 919만 원, 8.1% 정도 떨어진다. 같은 금리 변화라도 만기가 길수록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계별로 따라가기
1. 기준금리 인상 → 국고채 금리 상승
기준금리가 오르거나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새로 발행되는 국고채도 그만큼 높은 금리를 줘야 팔린다. 국고채 금리에는 앞으로의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 담겨 있어서, 실제 인상보다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기준금리가 오르는 과정은 금리가 오르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움직이나의 실제 사례에서 자세히 다룬다.
2. 국고채 금리 상승 →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 하락
채권 가격은 앞으로 받을 이자와 원금을 지금 시장 금리로 할인해 더한 값이다. 시장 금리가 오르면 같은 이자와 원금의 현재 가치가 줄어들고, 이는 가격 하락으로 나타난다. 채권을 사서 만기까지 가졌을 때 얻는 수익률인 만기수익률이 시장 금리 수준으로 맞춰지도록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다. 가격과 수익률이 반대로 움직이는 관계는 채권 가격 vs 채권 수익률 비교에서 따로 설명한다.
3. 만기가 길수록 더 크게 흔들리는 이유
만기가 길면 시장보다 낮은 이자를 받는 기간이 길고, 멀리 있는 원금일수록 할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금리 변화에 가격이 얼마나 민감한지는 듀레이션으로 잰다. 듀레이션은 이자와 원금이 돌아오는 시점을 금액 비중으로 가중평균한 기간으로, 위 예시에서 연 4% 금리 기준 만기 3년 채권은 약 2.9년, 만기 10년 채권은 약 8.7년이다. 듀레이션이 길수록 같은 금리 변화에 가격이 더 크게 움직인다. 금리 변화가 클 때는 듀레이션만으로 계산한 값과 실제 가격이 조금 벌어지는데, 이 차이는 볼록성으로 설명한다.
4. 표면금리가 낮을수록 더 민감한 이유
표면금리가 높은 채권은 만기 전에 이자로 돌려받는 돈이 많아서, 돈이 돌아오는 시점이 앞당겨지고 듀레이션이 짧아진다. 반대로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은 대부분의 돈이 만기에 원금으로 한꺼번에 돌아오기 때문에 할인의 영향을 오래 받는다. 만기 10년짜리 채권 세 개에 시장 금리가 연 3%에서 4%로 오른 경우를 같은 방식(이자 연 1회)으로 계산하면, 표면금리 5% 채권은 약 7.6%, 1% 채권은 약 8.8%, 이자가 없는 채권은 약 9.2% 떨어진다.
실제 사례 1: 2022년 금리 인상기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열 차례 올려 0.50%에서 3.50%가 됐다. 이 기간 국고채 금리는 만기와 관계없이 크게 올랐다.
| 구분 | 2021년 12월 | 2022년 6월 | 2022년 10월 | 2022년 12월 |
|---|---|---|---|---|
| 국고채 3년 | 1.800 | 3.477 | 4.235 | 3.630 |
| 국고채 10년 | 2.187 | 3.640 | 4.267 | 3.541 |
일별로 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21년 12월 31일 1.798%에서 2022년 9월 26일 4.548%까지 올랐다.
이 금리 변화가 채권 가격에 준 영향을 가늠하기 위해, 2021년 12월 금리 수준에서 액면가로 발행된 채권을 가정해 2022년 10월 월평균 금리로 다시 계산해 보면 다음과 같다. 남은 만기는 그대로 두고 6개월마다 이자를 받는다고 가정한 추정치이며, 실제로 거래된 가격이 아니다.
| 가정한 채권 | 표면금리 | 시장 금리 변화 | 추정 가격 변화 |
|---|---|---|---|
| 만기 3년 | 1.800% | 1.800% → 4.235% | 약 −6.8% |
| 만기 10년 | 2.187% | 2.187% → 4.267% | 약 −16.8% |
금리 상승 폭은 3년물(2.435%포인트)과 10년물(2.080%포인트)이 비슷했지만, 추정 가격 하락 폭은 10년물이 두 배 넘게 컸다. 만기가 길수록 크게 흔들린다는 3단계의 설명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 사례 2: 2022년 10월 레고랜드 사태와 신용 스프레드
강원도가 2022년 9월 28일 강원중도개발공사의 기업회생 신청을 결정하면서, 이 회사의 대출채권을 기초로 발행된 레고랜드 PF-ABCP 2,050억 원이 9월 29일 상환되지 못했다. 이 증권은 강원도의 지급 약정을 믿고 A1 등급으로 발행됐지만, 신용등급이 9월 29일 C, 10월 5일 D로 떨어지며 10월 5일 최종 부도 처리됐다. 이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관련 증권과 증권회사 기업어음(CP)에 대한 경계감이 단기금융시장 전반으로 퍼졌고, 정부와 한국은행은 10월 23일, 11월 11일, 11월 28일 시장안정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이 시기에는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CP 금리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국고채 금리는 10월 하순 이후 내려갔는데, 부도 위험을 더 따지게 된 회사채와 CP 금리는 오히려 오르거나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국고채보다 더 얹어 받는 금리인 신용 스프레드가 크게 벌어진 것이다.
| 날짜 | 국고채 3년 | 회사채 3년(AA−) | 회사채 − 국고채 | CP 91일 | 통안증권 91일 | CP − 통안증권 |
|---|---|---|---|---|---|---|
| 2022년 9월 27일 | 4.304 | 5.308 | 1.004 | 3.27 | 2.864 | 0.406 |
| 2022년 10월 21일 | 4.495 | 5.736 | 1.241 | 4.30 | 3.114 | 1.186 |
| 2022년 11월 30일 | 3.689 | 5.445 | 1.756 | 5.61 | 3.395 | 2.215 |
| 2022년 12월 1일 | 3.650 | 5.422 | 1.772 | 5.62 | 3.390 | 2.230 |
| 2022년 12월 30일 | 3.722 | 5.231 | 1.509 | 5.28 | 3.547 | 1.733 |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0월 21일 4.495%에서 12월 1일 3.650%로 내려갔지만, AA− 등급 회사채 3년물 금리는 같은 기간 5.3~5.7%대에 머물렀다. 그 결과 회사채와 국고채의 금리 차이는 9월 27일 1.004%포인트에서 12월 1일 1.772%포인트로 벌어졌다. 91일짜리 CP 금리는 9월 27일 3.27%에서 12월 1일 5.62%까지 올랐고, 같은 만기의 통안증권과의 차이는 0.41%포인트에서 2.2%포인트대로 커졌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가므로, 이 기간 회사채와 CP는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는 중에도 가격이 약세를 보였다.
예외와 한계
-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채권을 만기까지 가지고 있으면 약속된 이자와 원금을 그대로 받는다. 중간에 금리가 올라 가격이 떨어져도 팔지 않으면 장부상 평가손실에 그치고, 만기에는 원금을 돌려받는다. 다만 그동안 더 높은 금리의 채권을 사지 못한 기회비용은 남고, 중간에 팔아야 하면 손실이 실제로 확정된다. 발행사가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는 만기 보유로도 피할 수 없다.
- 변동금리 채권: 이자가 CD 금리 같은 기준 금리에 맞춰 정기적으로 다시 정해지는 채권은, 시장 금리가 오르면 받는 이자도 따라 오른다. 그래서 고정금리 채권보다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이 훨씬 작다.
- 단기 금리와 장기 금리가 따로 움직이는 경우: 기준금리가 올라도 장기 금리가 내려갈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2년 11월과 2023년 1월에도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국고채 3년물 월평균 금리는 2022년 10월 4.235%에서 2023년 1월 3.46%로 내려갔다. 시장이 앞으로의 금리 인하나 경기 둔화를 미리 반영하면 이런 일이 생기고, 심하면 장단기 금리가 뒤집히기도 한다.
- 신용 위험: 레고랜드 사태처럼 국고채 금리가 내려가는 중에도 회사채와 CP는 신용 스프레드가 벌어지며 가격이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 수준과 함께 발행사의 부도 위험에도 좌우된다.
- 추정치의 한계: 실제 사례 1의 가격 변화는 금리만 바꿔 계산한 값이다. 실제 채권은 시간이 지나며 남은 만기가 줄고, 이자를 받는 효과도 있어 실제 수익률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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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2021.8.26~2023.1.13 기준금리 인상 10회.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1.3.2.2 시장금리(월,분기,년)」(통계표 721Y001) — 국고채 3년·10년 월평균 금리(2021.12~2023.1).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1.3.2.1 시장금리(일별)」(통계표 817Y002) — 국고채 3년, 회사채 3년(AA−), CP(91일), 통안증권(91일) 일별 금리(2021.12.31, 2022.8.29~12.30).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2022년 12월) 참고3 「레고랜드 PF-ABCP 부도 사태 이후 CP시장 동향 및 평가」 — 9.28 기업회생 신청 결정, 레고랜드 PF-ABCP 2,050억 원 미상환(9.29), 신용등급 강등(9.29 C, 10.5 D)과 최종 부도(10.5), 10.23·11.11·11.28 대책. https://www.bok.or.kr/portal/bbs/P0000593/view.do?nttId=10074512&menuNo=2000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