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피지 (Slippage)
다른 명령
슬리피지(Slippage)는 주문을 낸 시점에 예상한 가격과 실제 체결된 가격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시장가격의 빠른 변동, 주문 규모, 거래량과 호가 잔량 등의 요인으로 발생할 수 있다. 슬리피지는 시장가 주문에서 특히 나타나기 쉽지만 지정가 주문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주문이 일부만 체결되거나 시장가격이 주문 조건을 벗어나면 예상한 거래 결과와 실제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슬리피지는 예상한 주문가격과 실제 체결가격 사이의 차이다. 가격 변동성이 크거나 시장의 유동성이 낮을수록 커질 수 있다. 대규모 주문은 여러 가격대의 호가를 소진하면서 슬리피지를 발생시킬 수 있다. 시장가 주문과 지정가 주문은 슬리피지 발생 방식과 체결 가능성이 서로 다르다.
- 실적이나 경제지표 발표 직후처럼 가격이 빠르게 움직일 때
- 한 번에 내는 주문이 호가에 쌓인 물량보다 클 때 — 주문을 여러 번 나눠 내면 줄어든다
- 거래가 적은 종목이라 호가 간격이 넓고 쌓인 주문이 얇을 때
- 시장가 대신 지정가로 주문할 때 — 불리한 가격 체결은 막지만 주문이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슬리피지가 발생하는 원인
슬리피지는 주문이 시장에 전달되고 체결되는 과정에서 현재의 시장가격과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유동성이 변하면서 발생한다. 가장 일반적인 원인 중 하나는 가격 변동이다. 매수 주문을 제출한 직후 매도호가가 상승하거나 매도 주문을 제출한 직후 매수호가가 하락하면 주문이 처음 예상했던 가격과 다른 가격에서 체결될 수 있다.
호가 잔량도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특정 주식을 매수하려는 주문이 1,000주인데 가장 낮은 매도호가에 300주만 있다면 나머지 주문은 더 높은 가격의 매도호가에서 체결될 수 있다. 이 경우 주문 전체의 평균 체결가격이 처음 확인했던 가격보다 높아진다. 시장 유동성이 낮은 자산에서는 호가 간격이 넓거나 각 가격대에 쌓여 있는 주문량이 적을 수 있어 슬리피지가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슬리피지와 주문 규모
주문 규모가 시장에 비해 클수록 슬리피지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작은 주문은 현재 호가에 있는 물량만으로 체결될 수 있지만 대규모 주문은 여러 가격대의 호가를 차례로 소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의 매도호가가 다음과 같이 형성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10,000원 — 500주 10,100원 — 300주 10,200원 — 500주
10,000원에 500주를 매수하는 주문은 해당 가격에서 모두 체결될 수 있다. 반면 1,000주를 한 번에 매수하면 10,000원에서 500주, 10,100원에서 300주, 10,200원에서 200주가 체결될 수 있다. 이 경우 주문의 일부가 더 높은 가격에서 체결되면서 전체 평균 매수가격이 상승한다.
슬리피지와 시장가 주문
시장가 주문은 가능한 빠르게 체결하는 것을 우선하는 주문 방식이다. 매수 시장가 주문은 당시 시장에 존재하는 매도호가에서 체결되고, 매도 시장가 주문은 매수호가에서 체결된다. 시장가격이 주문 제출 이후 빠르게 움직이거나 주문 규모가 큰 경우 처음 확인한 가격과 실제 체결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경제지표 발표나 기업 실적 발표처럼 시장 참여자의 주문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상황에서는 가격 변동과 호가 변화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슬리피지와 지정가 주문
지정가 주문은 투자자가 원하는 최대 매수가격 또는 최소 매도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이다. 지정가 주문은 설정한 가격보다 불리한 가격에서 체결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예를 들어 10,000원에 매수 지정가 주문을 제출했다면 10,000원보다 높은 가격에서는 체결되지 않는다. 하지만 시장가격이 계속 상승해 10,000원 이하의 매도호가가 사라지면 주문이 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지정가 주문은 가격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지만 체결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다. 시장가 주문과 지정가 주문의 선택은 가격 통제와 체결 가능성 사이의 차이를 고려하여 이루어진다.
실무 예시
가상의 투자자가 어떤 주식을 시장가로 1,000주 매수한다고 가정한다. 주문을 제출하기 직전 가장 낮은 매도호가는 10,000원이지만 해당 가격에는 200주만 남아 있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200주는 10,000원에 체결될 수 있지만 나머지 800주는 10,050원, 10,100원 등 더 높은 가격에서 체결될 수 있다. 처음 확인한 가격만을 기준으로 예상한 매수금액과 실제 매수금액 사이에 차이가 발생하며, 이 차이가 주문 과정에서 발생한 슬리피지에 해당한다. 반대로 매도 주문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매도 주문 규모가 현재 매수호가의 잔량보다 크다면 더 낮은 가격의 매수호가까지 주문이 내려가면서 평균 매도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슬리피지와 거래 전략
슬리피지는 단기 거래에서 특히 중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 목표 수익률이 작은 전략에서는 수수료와 세금뿐 아니라 주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 차이도 전체 수익률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주문을 집행하는 기관투자자나 자산운용사는 주문을 여러 차례로 나누거나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관리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방식으로 VWAP와 TWAP 등이 있다. VWAP는 거래량가중평균가격(Volume Weighted Average Price)을 기준으로 주문을 분산하는 방식이고, TWAP는 일정한 시간 간격을 기준으로 주문을 나누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법은 주문 집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장 충격과 거래비용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암호화폐 시장의 슬리피지
암호화폐 거래에서도 슬리피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거래량이 적은 거래쌍이나 유동성이 낮은 탈중앙화거래소(DEX)에서는 하나의 대규모 주문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 DEX에서는 중앙화된 주문장 대신 유동성 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주문 규모가 유동성 풀에 비해 클수록 거래 과정에서 적용되는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DEX에서 사용하는 슬리피지 허용 범위는 주문자가 예상한 가격과 실제 체결가격 사이에 허용할 수 있는 최대 차이를 설정하는 기능이다. 허용 범위를 너무 좁게 설정하면 거래가 체결되지 않을 수 있고, 지나치게 넓게 설정하면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거래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백테스트와 슬리피지
투자 전략의 과거 성과를 분석하는 백테스트에서는 실제 거래비용을 반영하지 않으면 결과가 실제 거래 환경보다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거래가 빈번하거나 거래량이 적은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전략에서는 슬리피지의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과거 가격 데이터상으로는 수익이 발생하는 전략이라도 실제 주문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수수료, 시장 충격 및 슬리피지가 발생하면 실제 성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시스템 트레이딩이나 알고리즘 전략을 검증할 때는 거래비용과 함께 현실적인 슬리피지 가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슬리피지의 관리
슬리피지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지만 주문 방식과 집행 방법을 통해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유동성이 높은 시장에서 거래하거나 주문 규모를 시장 거래량에 맞춰 조절하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대규모 주문은 여러 차례로 나누어 집행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다. 지정가 주문을 이용하면 체결가격에 대한 통제력을 높일 수 있지만 주문이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시장가 주문은 체결 가능성이 높은 대신 실제 체결가격을 사전에 확정할 수 없다. 주문 방식은 가격 통제와 체결 가능성 중 어느 쪽을 우선할지에 따라 달라진다.
출처
- SEC, Investor.gov
- Financial Industry Regulatory Authority (FINRA) — Order Types
- CFA Institute — Trading Costs and Execution
- John C. Hull, Options, Futures, and Other Derivatives
- Robert Kissell, The Science of Algorithmic Trading and Portfolio Management
- Joel Hasbrouck, Empirical Market Microstructure
- SEC Investor.gov, Understanding Order Types – Investor Bullet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