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 (Capital Asset Pricing Model)
다른 명령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ital Asset Pricing Model, CAPM)은 주식 같은 위험자산의 기대수익률이 시장 전체의 위험에 얼마나 민감한지(베타)에 비례해 정해진다고 설명하는 이론이다. 1960년대 중반 윌리엄 샤프(William F. Sharpe) 등이 해리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이론을 바탕으로 세웠고, 샤프는 이 공로로 1990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1] 기업의 자기자본비용을 추정하고 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데 지금도 널리 쓰이지만, 실증 결과는 좋지 않다는 평가도 함께 받는다.[2]
주요 특징
- 위험 보상은 베타에만 비례한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CAPM에 따르면 효율적인 자본시장에서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과 기대수익률은 베타에 정비례해 달라지고, 베타는 그 자산 수익률과 시장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공분산을 반영한다고 설명했다.[1] 샤프는 노벨상 강연에서 이 관계가 CAPM에서 끌어낸 가장 중요한 결론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며, 기대수익률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전체 위험이 아니라 시장 위험과 선형 관계에 있다고 말했다.[3]
- 베타의 뜻: 베타가 1보다 큰 주식은 시장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에 평균보다 크게 기여하고, 1보다 작은 주식은 평균보다 작게 기여한다.[1] 베타가 1.5인 주식은 시장이 10% 움직일 때 평균적으로 15% 움직일 것으로 기대되는 주식이라는 뜻이다.
- 모두가 같은 위험 포트폴리오를 든다: CAPM에서 투자자는 위험자산 포트폴리오와 무위험 투자(예: 미국 단기 국채) 또는 차입을 섞어 위험 수준을 고른다. 위험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투자자의 위험 성향과 무관하고, 남보다 나은 정보가 없는 투자자는 시장 포트폴리오를 들 이유가 있다. 위험 성향은 위험 포트폴리오와 무위험 투자를 섞는 비율에만 나타난다.[1]
- 세 가지 핵심 함의: 샤프는 CAPM의 핵심 함의로 시장 포트폴리오가 효율적이라는 점, 모든 효율적 포트폴리오가 시장 포트폴리오에 무위험 대출이나 차입을 더한 것과 같다는 점, 기대수익률과 베타가 선형 관계라는 점을 들었다.[3]
- 강한 가정: 샤프는 CAPM이 투자자의 효용함수에 관한 가정을 포함하고, 같은 정보를 가진 다수 참가자가 있는 시장을 가정하는 이론이라고 설명했다.[3] 무위험이자율로 얼마든지 빌리고 빌려줄 수 있다는 가정도 기본형에 들어 있다.[3]
산출 방식
CAPM의 기본식은 다음과 같다. 이 식을 그래프로 그린 직선을 증권시장선(Security Market Line, SML)이라고 하며, CAPM은 모든 증권과 포트폴리오가 이 선 위에 놓인다고 본다.[3]
- : 자산 i의 기대수익률
- : 무위험이자율. 한국에서는 보통 국고채 금리를 쓴다
- : 시장 위험 프리미엄(시장 포트폴리오가 무위험이자율보다 더 벌 것으로 기대되는 몫)
- : 자산 i의 베타
베타는 자산 수익률과 시장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공분산을 시장 포트폴리오 수익률의 분산으로 나눈 값이다.[3]
이론상 베타는 미래에 대한 확률적 판단에 근거한 사전(ex ante) 값이지만, 실무에서는 과거 수익률 자료로 회귀분석을 해 추정한다. 샤프는 이 둘이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되 CAPM 안에서는 엄밀히 사전 값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3]
이 회귀식의 절편 가 젠센의 알파다. CAPM이 맞다면 절편은 0이어야 하고, 0보다 크면 위험으로 설명되지 않는 초과 성과로 본다.
도입 배경
CAPM은 해리 마코위츠의 포트폴리오 선택 이론을 설명 이론으로 써서, 개별 투자자의 선택 문제를 시장 전체의 자산 가격 형성 문제로 넓힌 결과다. 1960년대 중반 여러 연구자가 서로 독립적으로 이 작업에 기여했고, 샤프의 대표 논문은 1964년 「Capital Asset Prices: A Theory of Market Equilibrium under Conditions of Risk」다.[1] 샤프는 노벨상 강연에서 존 린트너(1965, 1969)와 얀 모신(1966)의 기여를 함께 들었다.[3]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1990년 마코위츠, 샤프, 머턴 밀러에게 노벨 경제학상을 주면서 샤프의 수상 사유를 CAPM이라 불리는 금융자산 가격 형성 이론에 대한 기여로 밝혔고, CAPM을 금융시장 현대 가격 이론의 근간이라고 평가했다.[1] 이후 학자들은 실질수익률, 세금, 무위험자산이 없는 경우(블랙, 1972) 등 현실 조건을 반영한 변형 모형을 내놓았다.[3]
실제 사례
국민연금기금의 위험조정 성과 평가
국민연금기금은 정보비율, 샤프 비율, 젠센의 알파, 트레이너 비율 등 위험조정 성과지표를 산출해 기금과 자산별 위험 대비 성과를 평가한다.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벤치마크 수익률에 대한 민감도로 구한 기금 포트폴리오(대체투자 제외)의 체계적 위험(β)은 1.01로 시장과 비슷한 민감도를 보였고, 젠센의 알파는 0.80, 트레이너 비율은 1.40(전년 0.88)이었다.[4](2026년 10월 기준) 젠센의 알파와 트레이너 비율은 모두 CAPM의 베타를 기준으로 위험을 재는 지표다.
실증 검증: 파마와 프렌치의 평가
유진 파마와 케네스 프렌치는 2004년 논문에서 CAPM이 자산 가격 이론의 출발점이며, 40년이 지나서도 기업의 자기자본비용 추정과 운용 포트폴리오 성과 평가에 널리 쓰인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실증 기록이 나빠서 실제 응용 방식을 무효로 만들 정도라고 평가했다. 이 문제가 모형 자체의 실패일 수도 있지만, 투자된 부(富) 전체를 뜻하는 시장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대신할 지표가 없다는 검증상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다고 봤다. 다만 시장 대용치 문제가 검증을 무효로 만든다면, 같은 대용치를 빌려 쓰는 대부분의 응용도 무효가 된다고 지적했다.[2]
일반인 예시 (가상 예시)
회사원 민호 씨는 두 종목을 놓고 고민한다. 3년 국고채 금리가 연 3%, 시장 전체에 기대하는 수익률이 연 8%라고 하자.
- 경기에 민감한 A 종목의 베타는 1.2다. CAPM이 말하는 기대수익률은 3% + 1.2 × (8% − 3%) = 9%다.
- 생활필수품을 파는 B 종목의 베타는 0.6이다. 기대수익률은 3% + 0.6 × 5% = 6%다.
민호 씨가 A 종목에서 연 9%보다 낮은 수익을 예상한다면, 시장보다 더 출렁이는 위험을 지면서 그 대가를 덜 받는 셈이다. 반대로 B 종목은 수익률이 낮아 보여도 시장 하락 때 덜 빠지는 대신 기대수익률이 낮은 것이 당연하다. 수익률만 비교하지 말고 그 수익을 위해 얼마만큼의 시장 위험을 지는지 함께 보라는 것이 CAPM의 메시지다.
실무 예시
기업가치를 할인현금흐름분석법으로 평가할 때, 주주에게 돌아갈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자기자본비용을 CAPM으로 추정하는 경우가 많다. 샤프는 기업과 정부가 투자안의 기대수익률을 베타가 비슷한 다른 투자의 기대수익률과 비교해 사업성을 판단하는 데 증권시장선을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3]
실무 담당자가 확인하는 항목은 대략 이렇다.
- 무위험이자율: 현금흐름과 같은 통화, 비슷한 만기의 국채 금리(원화면 국고채 3년·10년 등)
- 베타: 상장 기업이면 과거 주가와 코스피 같은 시장지수로 회귀분석해 구한다. 비상장 기업이면 비슷한 상장 기업들의 베타를 참고한다. 추정 기간(2년·5년)과 수익률 주기(주·월)에 따라 값이 달라지므로 기준을 함께 적는다
- 시장 위험 프리미엄: 과거 평균이나 시장 전망치 중 무엇을 썼는지 밝힌다
- 민감도 분석: 베타나 위험 프리미엄을 조금씩 바꿔 평가액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확인한다
펀드 평가에서는 같은 식을 거꾸로 써서, 펀드가 지닌 베타만큼의 시장 노출로 설명되는 수익을 덜어 내고 남는 알파를 본다.
장점 및 리스크
CAPM의 장점은 단순함이다. 식 하나로 위험과 수익의 관계를 설명하고, 필요한 입력값도 무위험이자율, 베타, 시장 위험 프리미엄 세 가지뿐이다. 파마와 프렌치도 위험을 어떻게 재고 기대수익률과 위험이 어떤 관계인지에 대해 강력하게 단순한 논리와 직관적인 예측을 준다는 점을 CAPM의 매력으로 들었다.[2] 분산투자로 없앨 수 있는 위험에는 보상이 없다는 결론은 분산투자와 저비용 지수 투자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한계는 다음과 같다.
- 약한 실증 결과: 파마와 프렌치는 CAPM의 실증 기록이 응용 방식을 무효로 만들 만큼 나쁘다고 평가했다.[2]
- 시장 포트폴리오를 관측할 수 없다: 이론의 시장 포트폴리오는 모든 위험자산을 담은 것이지만, 실무에서는 주가지수를 대신 쓴다. 이 대용치가 부정확하면 베타와 기대수익률 추정이 함께 흔들린다.[2]
- 비현실적 가정: 모든 투자자가 같은 정보를 갖고 무위험이자율로 무제한 빌리고 빌려줄 수 있다는 가정은 현실과 다르다. 샤프는 노벨상 강연에서 투자자가 공매도(음의 보유)를 할 수 없다고 가정을 바꾸면 시장 포트폴리오가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고, 기대수익률과 베타 사이의 선형 관계도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정리했다.[3]
- 입력값에 민감하다: 베타 추정 기간과 시장 위험 프리미엄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자기자본비용이 크게 달라진다. 같은 기업이라도 평가자마다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출처
- ↑ 1.0 1.1 1.2 1.3 1.4 1.5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Press release: The Prize in Economic Sciences 1990", NobelPrize.org, 1990.10.16. (접근일: 2026-10-04)
- ↑ 2.0 2.1 2.2 2.3 2.4 Eugene F. Fama, Kenneth R. French, "The Capital Asset Pricing Model: Theory and Evidenc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Vol. 18, No. 3, pp. 25–46, 2004. (접근일: 2026-10-04)
- ↑ 3.00 3.01 3.02 3.03 3.04 3.05 3.06 3.07 3.08 3.09 3.10 William F. Sharpe, "Capital Asset Prices With and Without Negative Holdings (Nobel Lecture, December 7, 1990)", NobelPrize.org, 1990.12.7. (접근일: 2026-10-04)
- ↑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보고서 중 「08. 국민연금기금」", 국민연금공단 누리집 게시본, 2026. (접근일: 2026-10-04)
- Royal Swedish Academy of Sciences, Press release: The Prize in Economic Sciences 1990. https://www.nobelprize.org/prizes/economic-sciences/1990/press-release/
- William F. Sharpe, Capital Asset Prices With and Without Negative Holdings, Nobel Lecture(1990.12.7). https://www.nobelprize.org/uploads/2018/06/sharpe-lecture.pdf
- Eugene F. Fama, Kenneth R. French, The Capital Asset Pricing Model: Theory and Evidence, Journal of Economic Perspectives 18(3), 2004. https://www.aeaweb.org/articles?id=10.1257/0895330042162430
- 2025회계연도 기금운용평가 보고서 중 「08. 국민연금기금」. https://www.nps.or.kr/html/download/management/2025_u_report_1.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