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지는 해는 왜 생기나
다른 명령
주식과 채권은 보통 서로를 받쳐 주는 자산으로 여겨진다. 경기가 나빠지면 주가는 떨어지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서 채권 가격은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해에는 두 자산이 함께 크게 떨어진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고 중앙은행이 금리를 급하게 올리는 해가 그렇다. 이 문서는 물가 상승이 금리를 거쳐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끌어내리는 과정을 차례로 따라간다.
한눈에 보는 흐름
두 바구니를 가진 투자자 (가상 예시)
은퇴를 준비하는 영숙 씨는 1억 원을 주식형 펀드 6,000만 원, 채권형 펀드 4,000만 원으로 나눠 두었다. 주식이 떨어지면 채권이 버텨 주리라 믿었다. 실제로 몇 년 전 경기가 나빠졌을 때는 주가가 10% 빠지는 동안 채권이 3% 올라 전체 손실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물가가 치솟던 해에는 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리자 주식형은 25%, 채권형은 7% 떨어졌다. 전체로는 1억 원이 8,220만 원이 됐다. 채권이 받쳐 주기는커녕 함께 무너진 것이다.
단계별로 따라가기
1. 물가 급등 → 중앙은행의 빠른 금리 인상
물가가 목표보다 크게 오르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올려 돈의 흐름을 줄이려 한다. 경기 둔화로 금리를 내릴 때와 달리, 이때는 경기가 나빠질 조짐이 보여도 물가를 잡는 것이 먼저다. 금리 인상의 속도와 폭이 클수록 시장의 충격도 커진다. 이 과정은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는 어떻게 되나에서 자세히 다룬다.
2. 시장금리 상승 → 채권 가격 하락
기준금리가 오르면 국고채 같은 시장금리도 따라 오른다. 새로 나오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주니, 낮은 이자를 주는 기존 채권은 가격을 낮춰야 팔린다. 금리가 오를 때 채권 가격이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듀레이션으로 가늠한다.
듀레이션이 5년인 채권은 금리가 2%포인트 오르면 가격이 약 10% 떨어진다. 자세한 원리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에 있다.
3. 할인율 상승 + 이익 둔화 → 주식 가격 하락
주식의 가치도 미래 이익을 지금 가치로 할인해 매긴다. 금리가 오르면 할인율이 커져 같은 이익이라도 현재 가치가 줄어든다. 해마다 1,000원의 배당이 3%씩 늘어나는 주식을 요구수익률 8%로 평가하면 가치는 2만 원이다.
금리가 올라 요구수익률이 10%가 되면 같은 식으로 약 14,286원, 30% 가까이 떨어진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소비와 투자가 줄어 기업 이익 전망까지 낮아지면 주가는 두 방향에서 압력을 받는다. 먼 미래 이익의 비중이 큰 성장주가 특히 크게 흔들리는 이유는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는 왜 더 크게 흔들리나에서 다룬다.
4. 같은 원인, 같은 방향 → 분산 효과 약화
경기 침체가 문제일 때 주식과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는 건, 경기 악화가 주가에는 악재지만 금리 인하 기대를 통해 채권에는 호재가 되기 때문이다. 물가가 문제일 때는 두 자산의 가격을 흔드는 원인이 같은 쪽을 향한다. 금리 상승이 두 자산 모두에 악재가 되니 함께 떨어진다. 평소 낮거나 음(-)이던 두 자산의 상관관계가 이런 시기에는 양(+)으로 돌아선다.
두 자산의 관계를 읽는 신호
주식과 채권이 함께 떨어질 위험이 커지는 시기에는 몇 가지 신호가 겹친다.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중앙은행 목표를 크게, 오래 웃돈다
- 중앙은행이 한 번에 평소보다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린다
- 장기 국채 금리가 빠르게 오른다
- 주가와 채권 가격이 며칠, 몇 주 단위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날이 많아진다
실제 사례: 2022년 코스피와 채권의 동반 하락
2022년 한국은 물가와 금리가 동시에 뛰었다. 소비자물가는 1년 동안 5.1% 올라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달아 올려 연말 연 3.25%까지 끌어올렸다.
주식과 채권은 함께 떨어졌다.
| 구분 | 2022년 수익률 |
|---|---|
| 코스피 지수 (2,977.65 → 2,236.40) | -24.89% |
| 국민연금 국내 주식 | -22.76% |
| 국민연금 해외 주식 | -12.34% |
| 국민연금 국내 채권 | -5.56% |
| 국민연금 해외 채권 | -4.91% |
국민연금 기금 전체 수익률은 -8.22%로 1988년 설립 이후 가장 낮았고, 한 해 약 79조 6,000억 원의 평가손실을 봤다. 주식과 채권이 함께 손실을 낸 것은 국내에서는 2001년 이후 처음이었다. 그해 손실을 줄인 것은 부동산과 사모투자 같은 대체투자(+8.94%)였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흐름은 포트폴리오 문서에서 볼 수 있다.
예외와 한계
- 늘 함께 떨어지는 건 아니다: 물가가 안정된 시기에 경기가 나빠지면 주식과 채권은 여전히 반대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동반 하락은 물가가 핵심 문제일 때 두드러진다.
- 채권 종류에 따라 다르다: 만기가 짧은 채권은 금리 상승에 덜 흔들리고, 만기가 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물가에 연동되는 채권은 다르게 움직인다.
- 만기까지 보유하면 손실이 확정되지 않는다: 개별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있으면 중간의 가격 하락과 상관없이 약속된 원리금을 받는다. 만기가 없는 채권 펀드와 ETF는 사정이 다르다.
- 하락 뒤에는 기대수익률이 높아진다: 금리가 오른 뒤의 채권은 더 높은 이자를 준다. 국민연금은 2023년 13.59%의 수익률로 회복했다.
- 과거 관계가 반복된다는 보장은 없다: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는 시기마다 달라져 왔다. 과거 데이터만으로 앞으로의 분산 효과를 확신하기 어렵다.
이어 읽기
출처
- 서울신문, "올해 물가 5.1%↑… 석유·외식 급등으로 외환위기 이후 최고"(2022.12.30) — 2022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확인. https://www.seoul.co.kr/news/economy/policy/2022/12/30/20221230500031
- 이투데이, "[2022 증시결산] 2977→2236 역주행 코스피…4년 만에 상승세 꺾여"(2022.12.29) — 코스피 연간 등락과 기준금리 확인. https://www.etoday.co.kr/news/view/2207755
- 서울신문, "국민연금 작년 수익률 -8.22% 역대 최저, 80조원 손실"(2023.3.2) — 자산군별 수익률과 주식·채권 동반 손실 확인. 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3/03/02/20230302500115
-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2023년 기금운용 수익 126조 원, 수익률 13.59%" 보도자료. https://www.mohw.go.kr/board.es?mid=a10503010100&bid=0027&act=view&list_no=1480458&nPa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