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가 오르면 채권과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나
다른 명령
국제 유가가 오르면 시간이 지나며 물가 전반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면 금리가 따라 오르기 쉽다.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은 내려가고, 주가도 부담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 문서는 유가 상승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 사람들이 예상하는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을 거쳐 기준금리와 시장 금리, 채권 가격과 주가까지 이어지는 과정을 차례로 따라간다. 각 단계의 용어는 개별 문서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 유가 상승 → 수입물가·생산자물가 상승 → 소비자물가 상승 →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 금리 상승 → 채권 가격 하락·주가 부담 순서로 전달된다.
- 한국은 원유를 거의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유가는 먼저 원화로 환산한 수입물가에 나타나고 몇 달에 걸쳐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로 번진다.
- 2022년에는 원유 수입물가 상승률이 3월(85.8%),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6월(10.0%),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월(6.3%)에 차례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2023년 1월까지 기준금리를 열 차례 올렸다.
- 유가가 오른 이유가 경기 호조인지 공급 차질인지, 원/달러 환율이 어느 쪽으로 움직였는지, 어떤 업종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한눈에 보는 흐름
주유비에서 식당 음식값까지 (가상 예시)
국제 유가가 한 달 사이 크게 올랐다고 하자.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주유소 가격판이다. 정유사가 비싸진 원유로 만든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하기 시작하면, 운전자는 몇 주 안에 주유비가 오른 것을 느낀다.
다음은 택배비다. 택배 회사의 트럭은 경유를 넣고 달린다. 연료비가 오르면 택배 회사는 한동안 그 부담을 떠안다가, 몇 달 뒤 계약을 갱신하면서 건당 요금을 올린다. 주유비보다 늦게 오르고 오름폭도 작지만, 한번 오른 요금은 유가가 내려도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그다음은 동네 식당이다. 식당 주인은 식재료를 배달받을 때 운송비가 붙고, 가게 난방비와 포장 용기값도 오른 것을 알게 된다.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는 원유에서 나온 원료로 만든다. 하나하나는 작은 부담이지만 쌓이면 메뉴판 가격을 고치게 된다.
이렇게 가격이 차례로 오르는 것을 몇 달 겪고 나면 사람들은 "내년에도 물가가 오르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식당 주인은 임대료와 직원 임금이 또 오를 것을 예상해 가격을 미리 올리고, 직원은 오른 생활비만큼 임금을 올려 달라고 한다. 유가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이 기름과 상관없는 곳까지 번지는 순간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려 이 흐름을 끊으려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단계별로 따라가기
1. 유가 상승 → 수입물가·생산자물가 상승
한국은 쓰는 원유를 거의 모두 수입한다. 그래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입물가지수의 원유 항목이 오른다. 수입물가는 원화로 환산해 계산하기 때문에, 같은 유가 상승이라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더 크게 나타난다.
원유는 휘발유·경유·나프타 같은 석유제품의 원료이고, 나프타는 다시 플라스틱과 합성섬유의 원료가 된다. 기업끼리 거래하는 가격을 모은 생산자물가지수에는 이 석유제품과 화학제품, 전력·가스 요금이 모두 들어 있어서 원유 가격 변화가 비교적 빨리 반영된다.
2. 생산자물가 상승 → 소비자물가 상승
기업은 원가가 오르면 판매 가격을 올려 부담을 넘기려 한다. 휘발유와 경유는 원가 대부분이 원유라서 소비자물가지수에 곧바로 반영된다. 운송비와 포장재, 전기요금처럼 여러 단계를 거쳐 영향을 받는 상품과 서비스는 몇 달의 시차를 두고 뒤따른다. 이 때문에 소비자물가의 상승 정점은 보통 유가와 생산자물가보다 늦게 온다.
3. 소비자물가 상승 →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기대인플레이션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앞으로의 물가 상승률이다. 한국은행은 매달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가계에 향후 1년 동안의 물가 상승률 전망을 묻고, 그 답을 모아 기대인플레이션율로 발표한다. 기름값과 장바구니 물가처럼 자주 보는 가격이 오르면 가계가 예상하는 물가 상승률도 따라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기 때문이다.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면 기업은 가격을 미리 올리고 노동자는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한다. 그러면 유가가 안정된 뒤에도 물가가 쉽게 내려오지 않는다.
4. 기대인플레이션 상승 → 금리 상승
중앙은행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높아져 물가 상승이 굳어지는 것을 막으려고 기준금리를 올린다. 시장 금리도 따로 움직인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물가가 오르는 만큼 돈의 가치가 줄어드는 것을 보상받으려 하므로, 기대인플레이션이 오르면 명목금리가 따라 오르는 경향이 있다. 이 관계는 피셔 효과로 설명하고, 명목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값은 실질금리라고 한다.
5. 금리 상승 → 채권 가격 하락·주가 부담
금리가 오르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이 내려간다. 채권 가격이 왜, 얼마나 떨어지는지는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에서 단계별로 다룬다.
주가는 두 방향에서 부담을 받는다. 먼저 기업이 앞으로 벌 이익을 지금 가치로 환산할 때 쓰는 할인율이 높아져, 같은 이익 전망에도 매길 수 있는 가치가 줄어든다(할인현금흐름분석법 참고). 다음으로 기름과 원료를 많이 쓰는 기업은 원가가 올라 이익이 줄 수 있고,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져 소비가 약해질 수 있다. 다만 주가는 금리 말고도 기업 실적, 경기 전망, 해외 시장 등 여러 요인으로 움직이므로 유가와 주가가 늘 반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실제 사례: 2022년 유가 급등기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2021년 12월 배럴당 72.85달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2022년 2월) 뒤인 2022년 3월 107.59달러, 6월 111.86달러까지 올랐다. 아래 표는 이 시기 물가와 금리가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 보여 준다. 물가 상승률은 모두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한 값이다.
| 구분 | 2021년 12월 | 2022년 3월 | 2022년 6월 | 2022년 7월 | 2022년 10월 | 2022년 12월 |
|---|---|---|---|---|---|---|
|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 | 72.85 | 107.59 | 111.86 | 100.32 | 91.21 | 76.86 |
| 수입물가 상승률(원화 기준, 원유) | 58.8 | 85.8 | 80.2 | 61.6 | 34.7 | 15.5 |
| 수입물가 상승률(원화 기준, 전체) | 15.6 | 35.9 | 33.6 | 25.6 | 19.4 | 8.7 |
| 생산자물가 상승률 | 9.0 | 9.0 | 10.0 | 9.2 | 7.3 | 5.8 |
| 소비자물가 상승률(통계청 발표) | 3.7 | 4.1 | 6.0 | 6.3 | 5.7 | 5.0 |
| 기대인플레이션율(향후 1년) | 2.6 | 2.9 | 3.9 | 4.7 | 4.3 | 3.8 |
| 기준금리(월말) | 1.00 | 1.25 | 1.75 | 2.25 | 3.00 | 3.25 |
| 국고채 3년 월평균 금리 | 1.800 | 2.369 | 3.477 | 3.238 | 4.235 | 3.630 |
표에서 정점이 오는 순서를 보면 흐름이 드러난다. 원유 수입물가 상승률은 3월(85.8%)에, 두바이유 가격과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6월(111.86달러, 10.0%)에 가장 높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뒤인 7월(6.3%, 4.7%)에 가장 높았다. 국고채 3년 월평균 금리는 10월(4.235%)에 가장 높았고,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3.50%가 될 때까지 계속 올랐다.
소비자물가 안에서는 기름값이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움직였다. 경유 가격 상승률은 2022년 6월 50.7%, 휘발유는 31.4%로 같은 달 소비자물가 전체 상승률 6.0%를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021년 마지막 거래일 2,977.65에서 2022년 마지막 거래일 2,236.40으로 약 24.9% 내렸다. 이 하락에는 금리 상승 말고도 세계 경기 둔화 우려, 해외 증시 약세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했으므로, 유가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이 표도 여러 지표가 같은 시기에 어떤 순서로 움직였는지 보여 줄 뿐, 금리 인상이 유가 때문만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예외와 한계
- 수요 때문에 오를 때와 공급 차질로 오를 때: 세계 경기가 좋아 기름 수요가 늘어서 유가가 오르면, 기업 매출과 이익도 함께 늘어 주가가 유가와 같이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전쟁이나 산유국 감산처럼 공급이 막혀 유가가 오르면, 비용은 오르는데 경기는 나빠지기 쉬워 주가에 더 큰 부담이 된다. 이런 차이는 수요 충격 vs 공급 충격 비교에서 다루고,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가 겹치는 상황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 원/달러 환율: 수입물가는 원화로 계산되므로 환율이 유가 영향을 키우거나 줄인다. 2022년 10월 원유 수입물가는 달러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1.7% 올랐는데 원화 기준으로는 34.7% 올랐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월평균)이 1,182.82원에서 1,426.66원으로 올라 원화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수입물가 전체로 보면 달러 기준으로는 1.0% 내렸는데 원화 기준으로는 19.4% 올랐다. 반대로 원화 가치가 오르는 시기에는 유가 상승의 영향이 그만큼 줄어든다.
- 업종마다 다른 방향: 유가가 오르면 연료비 비중이 큰 항공, 해운, 육상 운송 업종은 비용 부담이 커지고, 나프타를 원료로 쓰는 석유화학 업종도 원가가 오른다. 요금이 규제로 정해지는 전력·가스 업종은 원가 상승을 요금에 바로 넘기기 어렵다. 반면 정유 업종은 제품 판매 가격도 함께 오르고, 원유·가스 개발 업종은 파는 물건의 값이 오르는 쪽이다. 그래서 유가가 오를 때 주식시장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 유가가 급락한 2014~2015년: 반대 흐름도 같은 경로를 거친다.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은 2014년 6월 108.17달러에서 2015년 1월 46.49달러, 2016년 1월 27.46달러로 떨어졌다. 원화 기준 원유 수입물가는 2015년 1월 1년 전보다 55.0% 내렸고,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015년 11월 −4.7%까지 내려갔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5년 4월 0.4%까지 낮아졌다. 이 기간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014년 8월부터 2015년 6월까지 네 차례 내려 2.50%에서 1.50%가 됐다. 금리 인하에는 경기 흐름 등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이 기간의 물가 수치는 현재 기준연도(2020=100) 지수로 계산한 값이라 당시 발표치와 소수점이 다를 수 있다.
- 시차와 정책 개입: 유가가 물가와 금리로 번지는 데는 몇 달이 걸리고, 그 사이 다른 요인이 끼어든다. 유가가 내려가기 시작해도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이 이미 올라 있으면 소비자물가는 천천히 내려온다. 2022년 12월 두바이유 가격은 6월보다 31% 낮았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0%였다. 세금이나 공공요금 조정 같은 정부 정책도 소비자 가격에 닿는 유가 영향을 바꾼다.
이어 읽기
- 금리 상승이 이미 발행된 채권의 가격으로 이어지는 흐름은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떨어지나에서 다룬다.
- 금리 상승이 부동산 가치로 이어지는 흐름은 금리가 오르면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움직이나에서 다룬다.
- 유가 상승이 정유사의 재고 관련 이익과 항공사의 연료비로 나뉘어 두 업종 주가를 엇갈리게 하는 흐름은 국제 유가가 오르면 항공주와 정유주는 왜 반대로 움직이나에서 다룬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9.1.6.3 국제상품가격」(통계표 902Y003) — 두바이유 월평균 가격(2014.6~2016.1, 2021.12~2022.12).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4.3.2.1 수입물가지수(기본분류)」(통계표 401Y015) — 총지수·원유, 원화·달러 기준(2020=100). 상승률은 지수로 계산한 1년 전 같은 달 대비 값.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4.1.1.1 생산자물가지수(기본분류)」(통계표 404Y014) — 총지수(2020=100).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통계청, 「소비자물가지수」(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4.2.1 소비자물가지수」, 통계표 901Y009) — 총지수, 휘발유, 경유(2020=100).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통계청(현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동향」 월별 보도자료 — 소비자물가 전년동월비 발표치(2021.12 3.7%, 2022.3 4.1%, 2022.6 6.0%, 2022.7 6.3%, 2022.10 5.7%, 2022.12 5.0%). 2022년 3월분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40200&bid=213&act=view&list_no=417611 · 2022년 10월분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40200&bid=213&act=view&list_no=421600 · 월별 보도자료 목록 https://mods.go.kr/board.es?mid=a10301040200&bid=213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6.2.3 기대인플레이션율(전국, 월)」(통계표 511Y003) — 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2014.8.14~2015.6.11 인하 4회, 2021.8.26~2023.1.13 인상 10회.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1.3.2.2 시장금리(월,분기,년)」(통계표 721Y001) — 국고채 3년 월평균 금리.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3.1.2.1 주요국 통화의 대원화환율」(통계표 731Y004) — 원/미국달러 매매기준율 월평균.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1.5.1.1 주식시장(일)」(통계표 802Y001) — 코스피 종가(2021.12.30, 2022.12.29). https://ecos.bok.or.kr/#/SearchSt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