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은 어떻게 움직이나
다른 명령
미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이 오르는(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달러로 맡긴 돈에 붙는 이자가 늘어나면 투자자가 원화 자산보다 달러 자산을 더 찾게 되고,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 문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를 올릴 때 한미 금리차와 외국인 자금 이동을 거쳐 원/달러 환율과 수입물가까지 영향이 이어지는 과정을 차례로 따라간다. 금리 차이와 환율의 이론적인 관계는 이자율 평가설에서 따로 다룬다.
- 미국 기준금리 인상 → 한미 금리차 확대 → 달러 자산 선호·외국인 자금 이동 →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 → 수입물가 상승 순서로 전달된다.
-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는 것은 1달러를 사는 데 원화가 더 든다는 뜻, 곧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 2022년 연준은 목표 범위를 0~0.25%에서 4.25~4.50%로 올렸고, 한미 기준금리는 7월 28일 역전됐다. 원/달러 환율 종가는 9월 28일 1,439.9원으로 그해 가장 높았다.
-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2023년 7월~2024년 9월(2.00%포인트)에도 환율은 2022년 고점보다 낮았다. 환율은 금리차와 함께 경상수지, 위기 때의 달러 선호, 시장의 예상에 따라 움직인다.
한눈에 보는 흐름
이자를 올린 은행으로 돈이 옮겨 가는 이유 (가상 예시)
같은 돈을 맡길 수 있는 은행이 두 곳 있다고 하자. 원화를 받는 A 은행과 달러를 받는 B 은행이 모두 1년에 3% 이자를 준다. 이자가 같으니 사람들은 익숙한 원화 은행에 돈을 두고, 굳이 원화를 달러로 바꿀 이유가 없다.
그런데 B 은행이 이자를 5%로 올렸다. 1억 원을 맡긴 사람이라면 달러로 바꿔 B 은행에 맡길 때 1년에 약 200만 원을 더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일부가 A 은행에서 돈을 찾아 달러로 바꾸기 시작한다. 이렇게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은행 창구에서 달러를 사려는 주문이 몰리고, 달러 값, 곧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
모두가 돈을 옮기지는 않는다. 1년 뒤 달러를 다시 원화로 바꿀 때 환율이 지금보다 2% 이상 내려 있으면, 더 받은 이자가 원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을 걱정하는 사람은 그대로 A 은행에 남는다. 또 A 은행도 이자를 5%로 따라 올리면 돈을 옮길 이유가 없어진다. 아래 단계들은 이 과정을 나라 사이의 금리와 환율로 옮겨 나눈 것이다.
단계별로 따라가기
1. 미국 기준금리 인상 → 한미 금리차 확대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하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흔히 미국 목표 범위의 상단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빼서 잰다.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데 한국은행이 그대로 두거나 덜 올리면 이 차이가 커진다. 투자자는 정책금리뿐 아니라 두 나라 국채 금리처럼 실제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의 금리 차이도 함께 본다.
2. 한미 금리차 확대 → 달러 자산 선호, 외국인 자금 이동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같은 돈을 달러 자산에 둘 때 받는 이자가 상대적으로 커진다. 한국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한 외국인은 보유 규모를 줄일 유인이 생기고, 국내 투자자도 해외 투자를 늘릴 수 있다. 이런 증권투자 자금의 움직임은 국제수지의 금융계정에 기록된다. 자본이전 등을 기록하는 자본수지와는 다른 항목이다.
다만 금리차가 곧바로 돈의 이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환위험을 선물환으로 없애는(헤지하는) 투자자에게는 금리차가 선물환율에 반영되어 더 받는 이자가 대부분 상쇄되고, 헤지하지 않는 투자자는 앞으로의 환율 변동을 떠안는다. 이 관계는 이자율 평가설에서 자세히 다룬다.
3. 외국인 자금 이동 → 원/달러 환율 상승
원화 자산을 판 돈을 달러로 바꿔 나가려는 수요가 커지면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사려는 쪽이 많아지고, 원/달러 환율이 오른다. 원화의 통화 가치 하락이다. 환율이 짧은 기간에 크게 움직이면 외환당국이 외환보유고의 달러를 시장에 파는 외환시장 개입으로 속도를 늦추기도 한다.
4. 원/달러 환율 상승 → 수입물가 상승
수입품 가격이 달러로는 그대로여도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치르는 값이 커진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에는 이 환율 효과가 그대로 담긴다. 국제 가격 변화만 보는 계약통화 기준과 원화 기준이 얼마나 벌어질 수 있는지는 수입물가지수의 2022년 사례에서 다룬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몇 달에 걸쳐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도 부담이 된다.
한국은행이 따라 올리지 않을 때와 따라 올릴 때
한국은행이 금리를 그대로 두면 한미 금리차가 커져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대출 금리를 낮게 유지해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을 덜어 주는 대신, 원화 약세로 수입물가가 올라 물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미국만큼 따라 올리면 금리차가 크게 벌어지지 않아 환율 압력은 줄어든다. 그 대신 국내 대출 금리가 올라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소비와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 자본 이동이 자유로운 나라에서 환율 안정과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동시에 완전히 얻기 어렵다는 설명은 경제 삼중고에서 다룬다. 실제로는 두 극단 사이에서 국내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을 함께 보고 인상 폭과 시기를 정한다.
실제 사례: 2022~2023년 미국 금리 인상기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목표 범위를 열한 차례 올려 0~0.25%에서 5.25~5.50%가 됐다. 한국은행도 같은 시기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인상 폭은 미국보다 작았다. 2022년 한 해 동안 연준은 목표 범위 상단을 4.25%포인트 올렸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2.25%포인트 올렸다.
| 날짜 | 미국 목표 범위(%) | 한국 기준금리(%) | 금리차(미국 상단 − 한국, %포인트) | 원/달러 환율 종가(원) |
|---|---|---|---|---|
| 2021년 12월 30일 | 0~0.25 | 1.00 | −0.75 | 1,188.8 |
| 2022년 7월 28일 | 2.25~2.50 | 2.25 | +0.25 | 1,296.1 |
| 2022년 9월 28일 | 3.00~3.25 | 2.50 | +0.75 | 1,439.9 |
| 2022년 12월 29일 | 4.25~4.50 | 3.25 | +1.25 | 1,264.5 |
| 2023년 7월 27일 | 5.25~5.50 | 3.50 | +2.00 | 1,277.7 |
한미 기준금리는 연준의 인상이 적용된 2022년 7월 28일 역전됐다(미국 상단 2.50% > 한국 2.25%). 원/달러 환율 종가는 2021년 마지막 거래일 1,188.8원에서 2022년 9월 28일 1,439.9원까지 올라 그해 가장 높았다. 이 무렵 연준은 9월 22일부터 목표 범위를 3.00~3.25%로 올린 상태였다.
같은 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021년 838.8억 달러에서 2022년 232.4억 달러로 크게 줄었고, 4월, 8월, 11월에는 월간 적자가 났다. 상품수지 흑자가 796.6억 달러에서 183.3억 달러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경상수지와 상품수지 수치는 ECOS 최신 수정치 기준이라 당시 발표된 잠정치와 다를 수 있다. 수출로 벌어들이는 달러가 줄어든 것도 원화 약세에 힘을 보탠 셈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환율을 거쳐 수입물가를 키우는 과정은 유가가 오르면 채권과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나에서 다룬다.
외환보유액(ECOS 월말 기준)은 2021년 말 4,631.2억 달러에서 2022년 10월 말 4,140.1억 달러로 줄었다가 2022년 말 4,231.6억 달러가 됐다. 외환보유액 변화에는 외환시장 안정 조치 말고도 운용수익과 달러로 환산한 비달러 자산의 가치 변동이 함께 반영되므로, 줄어든 폭을 모두 시장 개입 규모로 볼 수는 없다.
2022년 4분기에는 연준이 11월과 12월에도 금리를 올려 금리차가 1.25%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원/달러 환율은 9월 고점에서 내려와 2022년 마지막 거래일 1,264.5원이 됐다. 금리차가 가장 크게 벌어진 2.00%포인트 구간(2023년 7월 27일~2024년 9월 18일)에도 환율 종가는 1,274.6원(2023년 7월 31일)에서 1,394.5원(2024년 4월 16일) 사이에 머물렀다.
예외와 한계
- 금리차만으로 환율이 정해지지 않는다: 금리차가 0.75%포인트였던 2022년 9월 28일 환율은 1,439.9원이었지만, 금리차가 2.00%포인트로 더 벌어진 2023년 7월~2024년 9월에는 그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한미 기준금리는 2018년 3월 22일부터 2020년 3월 초까지도 역전돼 있었는데, 이 기간 환율 종가는 1,054.2원(2018년 4월 3일)에서 1,222.2원(2019년 8월 13일) 사이였다. 금리차의 크기와 환율 수준이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 경상수지: 수출로 달러가 많이 들어오면 금리차가 벌어져도 원화 약세가 누그러질 수 있고, 반대로 2022년처럼 경상수지 흑자가 줄면 환율 상승 압력이 커진다. 금리차는 자금 흐름의 한 요인일 뿐이고, 무역과 소득 거래에서 오가는 달러도 환율을 움직인다.
- 위기 때의 달러 선호: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 금리와 관계없이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를 찾는 수요가 커진다. 2020년 3월 연준은 목표 범위를 1.50~1.75%에서 0~0.25%까지 두 차례 내렸고(3월 16일 적용 기준 0~0.25%),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졌다. 그런데도 원/달러 환율 종가는 3월 4일 1,187.8원에서 3월 19일 1,285.7원으로 올랐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는 중에도 원화는 약해졌다.
- 이미 예상한 인상은 먼저 반영된다: 외환시장은 앞으로의 금리 경로에 대한 예상을 미리 가격에 담는다. 한미 기준금리가 처음 역전된 2022년 7월 28일에도 환율 종가는 1,296.1원으로 전날(1,313.3원)보다 낮았다. 결정 당일의 움직임보다 그 전까지 쌓인 예상과, 결정이 예상과 얼마나 달랐는지가 환율에 더 큰 영향을 준다.
- 환율 상승의 영향은 한쪽 방향만이 아니다: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를 올리지만 수출 기업의 원화 환산 매출을 늘리기도 한다. 업종과 기업의 외화 자산·부채 구조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
이어 읽기
- 원화 약세가 유가 상승의 영향을 키우는 흐름은 유가가 오르면 채권과 주가는 어떻게 움직이나의 "예외와 한계"에서 다룬다.
- 원화 기준과 계약통화 기준 수입물가가 어떻게 다르게 움직이는지는 수입물가지수에서 다룬다.
-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을 함께 흔드는 흐름은 외국인 자금이 빠지면 코스피와 환율은 왜 함께 흔들리나에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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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로 들어오고 나가는 자금이 설정·환매를 거쳐 비트코인 가격에 전달되는 흐름은 비트코인 현물 ETF 자금 흐름은 가격에 어떻게 전달되나에서 다룬다.
출처
- Federal Reserve, Open Market Operations — 연방기금금리 목표 범위 변경일(적용일)과 수준(2018~2024).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openmarket.htm
- 한국은행,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 기준금리 변경일과 금리(2017.11~2024.10). https://www.bok.or.kr/portal/singl/baseRate/list.do?dataSeCd=01&menuNo=200643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3.1.1.3 원화의 대미달러, 원화의 대위안/대엔 환율」(통계표 731Y003) — 원/달러 환율 종가(15:30) 일별(2018~2024).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2.5.1.1 국제수지」(통계표 301Y013) — 경상수지·상품수지 연간(2021~2022), 경상수지 월별(2022). https://ecos.bok.or.kr/#/SearchStat
-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 「외환보유액」(통계표 732Y001) — 월말 외환보유액(2021.12, 2022.10, 2022.12). https://ecos.bok.or.kr/#/SearchSt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