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상충 (Conflict of Interest)
다른 명령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은 금융회사나 그 직원이 얻는 이익과 고객의 이익이 서로 부딪치는 상황이다. 한 금융회사가 여러 고객을 동시에 상대할 때 한 고객에게 유리한 일이 다른 고객에게 불리해지는 상황도 이해상충이다. 판매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권하고 싶은 판매 직원, 자기 회사 계열사의 펀드를 팔고 싶은 은행, 추천 보고서를 내기 전에 그 주식을 사 두고 싶은 애널리스트가 모두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
투자자는 금융회사가 자기를 위해 일해 주리라 믿고 돈과 판단을 맡긴다. 그런데 상품의 구조와 수수료, 회사 안의 사정은 금융회사가 훨씬 잘 안다. 고객이 맡긴 쪽의 행동을 다 지켜볼 수 없으니 맡은 쪽이 자기 이익을 앞세울 여지가 생긴다. 경제학에서 주인-대리인 문제라고 부르는 구조이고, 정보 비대칭과 도덕적 해이가 그 바탕에 있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은 이해상충을 없애라고 하기보다 먼저 찾아내고, 알리고, 줄이라고 요구한다.
- 금융회사와 고객, 또는 고객과 고객의 이익이 부딪치는 상황이다
- 자본시장법 제44조는 이해상충 가능성을 파악·평가해 관리하고, 가능성이 있으면 투자자에게 미리 알린 뒤 낮춰서 거래하며, 낮추기 어려우면 거래하지 말라고 정한다
- 판매 보상 구조, 자기매매와 고객 주문, 리서치와 기업금융, 계열사 거래가 대표적인 발생 지점이다
- 판매자가 받는 수수료와 이해관계 공시를 보면 권유의 배경을 가늠할 수 있다
정의와 법적 근거
이해상충이 있다는 것만으로 위법은 아니다. 금융회사는 상품을 팔아 수수료를 받는 곳이어서, 판매와 자문을 함께 하는 한 이해가 어긋날 여지는 늘 있다. 자본시장법이 요구하는 것은 그 상황을 파악해 관리하고 투자자에게 알리는 일이다.
자본시장법 제44조(2026년 10월 기준 현행 조문)는 이 원칙을 세 단계로 정한다.[1]
- 제1항: 금융투자업자는 금융투자업자와 투자자 사이, 특정 투자자와 다른 투자자 사이의 이해상충이 생길 가능성을 파악·평가하고, 내부통제기준에 따라 관리해야 한다.
- 제2항: 이해상충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그 사실을 미리 투자자에게 알리고, 투자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 수준으로 낮춘 뒤에 거래해야 한다.
- 제3항: 가능성을 낮추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거래해서는 안 된다.
제45조는 정보가 부서나 계열사 사이로 흘러 이해상충이 생기는 것을 막는 정보교류 차단 규정이다. 흔히 차이니즈 월이라고 부른다. 같은 조 제1항과 제2항에 따라 금융투자업자는 미공개중요정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정보의 교류를 회사 안에서도, 계열회사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정보를 줄 때도 내부통제기준에 따라 차단해야 한다.[2]
이 조항은 2021년 5월 20일 시행된 개정법으로 크게 바뀌었다. 그전에는 법률이 업무 사이의 임직원 겸직 금지, 사무 공간 분리 같은 방법까지 직접 정했다. 개정법은 원칙만 법에 남기고 세부 방법은 회사가 내부통제기준으로 정하게 했다. 개정 시행령은 차단 대상 정보를 미공개 중요정보와 고객 자산의 매매·운용에 관한 정보로 정했다.[3]
이해상충이 생기는 곳
| 유형 | 어떻게 부딪치나 | 관련 규정 |
|---|---|---|
| 판매 보상 구조 |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팔수록 회사와 직원의 실적이 올라감 | 제44조 제1항·제2항(관리·고지 의무) |
| 자기매매와 고객 주문 | 가격을 움직일 만한 고객 주문을 받고, 체결 전에 회사 계산으로 먼저 사고팖(선행매매) | 제71조 제1호 |
| 리서치와 자기매매 | 보고서 내용이 확정된 뒤 공표 전에 그 종목을 회사 계산으로 매매 | 제71조 제2호(공표 후 24시간까지 금지) |
| 리서치와 기업금융 | 애널리스트 보수를 기업금융 실적에 연동하면 우호적 보고서를 쓸 유인이 생김 | 제71조 제3호 |
| 일임·자문과 자기 이익 | 자문 내용을 정한 뒤 실행 전에 자기 계산으로 매매, 고객 재산을 회사 고유재산과 거래 | 제98조 제1항 제5호, 제2항 제6호 |
| 계열사 거래 | 계열 운용사 펀드를 집중 판매하거나 계열 증권사에 매매 주문을 몰아줌 | 금융투자업규정(계열사 판매 한도) |
| 부서 사이 정보 흐름 | 기업금융 부서가 아는 미공개정보가 매매·운용 부서로 넘어감 | 제45조 제1항·제2항 |
표의 증권사 관련 금지 행위는 제71조 제1호~제3호에, 투자자문업자·투자일임업자 관련 금지 행위는 제98조 제1항·제2항에 있다.[4][5] 이 밖에 제98조 제1항 제4호는 계약으로 정한 수수료 외의 대가를 받는 것을, 같은 조 제2항 제7호는 투자자 동의 없이 자기나 이해관계인이 발행한 증권에 일임재산을 투자하는 것을 금지한다.
실제 사례: 한국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50% 룰)
은행·보험사·증권사가 같은 그룹 운용사의 펀드를 집중적으로 파는 관행은 오래된 이해상충 사례다. 고객에게 맞는 펀드보다 계열사 펀드를 먼저 권할 유인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2013년 4월 17일 정례회의에서 판매사의 계열 운용사 펀드 판매를 50%로 제한하는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 한도는 4월 23일부터 시행됐다.[6] 머니마켓펀드(MMF)와 전문투자자만 가입하는 사모펀드는 대상에서 빠졌다. 운용사가 계열 증권사에 맡기는 펀드 매매 주문도 연간 위탁금액의 50%로 제한하기로 했고, 판매 한도는 2년 일몰 규제로 시작했다.[7]
규제는 연장을 거쳐 2018년에 더 조여졌다. 금융위원회는 2018년 6월 27일 정례회의에서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을 의결했고, 개정 규정은 6월 29일부터 시행됐다. 연간 신규 판매액의 50%이던 한도를 그해 45%로 낮추고, 해마다 5%포인트씩 줄여 2022년까지 25%로 낮추는 내용이었다. 당시 금융투자협회 집계로 2018년 1분기 전체 판매사의 계열사 펀드 판매 비중은 15.7%였지만, 교보생명의 계열 운용사 펀드 비중은 62%, 미래에셋생명은 59%였다.[8]
애널리스트 선행매매
애널리스트가 매수 의견 보고서를 내기 전에 그 종목을 사 두고 보고서가 나온 뒤 파는 것은 리서치와 자기 이익이 정면으로 부딪치는 경우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2023년 6월 23일, 증권사 3곳에서 10년간 일하며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기도 한 애널리스트를 기소 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넘겼다. 이 애널리스트는 차명 계좌로 22개 종목을 보고서 공표 전에 사고 공표 후에 팔아 약 5억 2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얻은 것으로 조사됐다.[9]
2026년 3월에는 이해관계를 밝히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보고서 발표 전에 전 대표와 장모의 계좌로 종목을 사게 한 사건에서, 원심은 애널리스트가 제삼자의 보유 사실을 보고서에 밝힐 법령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분을 무죄로 봤다. 대법원 3부는 추천 종목을 제삼자가 갖고 있고 추천 뒤 팔 수 있다는 이해관계를 표시하지 않았다면 사기적 부정거래로 볼 수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10]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매는 내부자 거래 규제와도 맞닿아 있으며, 어느 조항이 적용되는지는 사안마다 다르다.
판매 실적 평가와 DLF
판매 직원을 무엇으로 평가하느냐도 이해상충의 원천이다. 금융감독원이 2019년 10월 1일 발표한 해외금리 연계 DLF 중간 검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핵심성과지표(KPI)에서 비이자 수익 배점을 다른 시중은행보다 높게 두고 소비자 보호 배점은 낮게 뒀다. 프라이빗뱅킹(PB)센터의 비이자 수익 배점은 20% 이상으로 경쟁 은행의 2~7배였다. 두 은행에서 DLF 상품 가운데 내부 상품선정위원회 심의를 거친 것은 1%에도 못 미쳤다.[11] 수수료 수익을 좇는 평가 구조가 고객에게 맞지 않는 상품 판매, 곧 불완전판매로 이어진 사례다.
실제 사례: 해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0년 7월 15일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 'ABACUS 2007-AC1'과 관련한 혐의를 5억 5000만 달러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2억 5000만 달러는 피해 투자자에게 돌려주고 3억 달러는 미국 재무부에 내는 조건이었다. 문제는 상품 판매 자료에 헤지펀드 폴슨앤드컴퍼니가 기초자산 선정에 참여했다는 사실과, 폴슨의 경제적 이해가 CDO 투자자와 반대였다는 사실이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폴슨은 이 CDO에 대해 숏 포지션을 잡고 있었다.[12] 상품을 고른 쪽이 그 상품의 하락에 베팅하고 있었는데 사는 쪽은 그 사실을 몰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무렵 판매된 상품에서 드러난 이해상충이다.
미국은 이후 판매 단계의 규칙을 바꿨다. SEC가 2019년 6월 5일 채택한 최선의 이익 규칙(Regulation Best Interest)은 브로커딜러가 이해상충을 찾아내고 최소한 공개하거나 없애도록 하는 서면 정책과 절차를 갖추게 했다. 준수 시한은 2020년 6월 30일이었다.[13]
이해상충을 볼 때 주의할 점
판매자가 받는 돈을 먼저 확인한다. 펀드라면 판매수수료와 판매보수, 랩이나 일임이라면 일임수수료가 누구에게 얼마나 가는지 본다. 같은 목적의 상품 가운데 유독 한 상품만 권한다면 그 상품의 보수가 다른 상품보다 높은지 따져 볼 만하다.
계열사 상품인지 확인한다. 판매사와 운용사가 같은 그룹이면 권유 이유가 상품의 장점인지 그룹의 이익인지 한 번 더 묻는다. 계열사 판매 한도가 있다고 해서 개별 권유가 고객에게 맞는다는 보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리서치 보고서의 이해관계 고지를 읽는다. 매수 의견만 보지 말고, 증권사가 그 종목을 갖고 있는지나 그 기업의 증권 발행에 관여했는지를 밝힌 대목이 있으면 함께 읽는다. 위 대법원 사건처럼 드러나지 않은 이해관계가 문제가 되기도 한다.
알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지를 받았다는 서명은 판매자가 의무를 일부 이행했다는 뜻일 뿐, 그 상품이 나에게 맞는다는 뜻이 아니다. 일임처럼 매매 결정을 통째로 맡기는 계약은 거래 하나하나가 보이지 않으니 운용 보고서에서 계열사 발행 증권 편입이나 잦은 매매가 있는지 살펴본다.
쉬운 예시 (가상 예시)
지수는 보험설계사인 고모에게 노후 대비 상품을 묻는다. 고모는 A 상품을 강하게 권한다. 비슷한 B 상품도 있지만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지수는 고모가 가족이니 자기에게 가장 좋은 것을 골라 줬으리라 믿는다.
사정을 들여다보니 A 상품은 판매 수당이 B 상품의 두 배였다. 고모가 다니는 회사는 이번 분기에 A 상품 판매 목표를 세워 두고 있었다. 고모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 A 상품도 노후 대비에 쓸 수 있다. 다만 고모가 A를 고른 이유에는 지수의 이익과 고모 자신의 이익이 섞여 있었다. 이것이 이해상충이다.
고모를 의심할 일은 아니다. 지수가 물어볼 것은 "이 상품을 팔면 고모는 얼마를 받아요?", "비슷한 다른 상품과 비용 차이는 얼마예요?" 같은 질문이다. 판매자의 보상 구조가 보이면 권유의 무게를 스스로 잴 수 있다. 법이 금융회사에 이해상충을 미리 알리라고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출처
-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조(이해상충의 관리) (2026.10.2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접근일: 2026-10-05)
-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5조(정보교류의 차단) (2026.10.2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접근일: 2026-10-05)
- ↑ 김·장 법률사무소, "정보교류 차단 등 규제 개편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Kim & Chang 뉴스레터, 2021.5.18. (접근일: 2026-10-05)
-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71조(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2026.10.2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접근일: 2026-10-05)
-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98조(불건전 영업행위의 금지) (2026.10.2 시행)", 국가법령정보센터. (접근일: 2026-10-05)
- ↑ 백민경, "계열사 펀드 판매 50%이하로… ‘몰아주기’ 뿌리뽑는다", 서울신문, 2013.4.18. (접근일: 2026-10-05)
- ↑ "금융위 "계열사 펀드 판매 50%로 제한"", 이투데이, 2013.4.17. (접근일: 2026-10-05)
- ↑ 최정희, "계열사 펀드 연간 판매 비중, 50%→25%로 단계적 축소", 이데일리, 2018.6.27. (접근일: 2026-10-05)
- ↑ "'선행매매'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 금감원 특사경에 부정거래 '덜미'", 이투데이, 2023.6.27. (접근일: 2026-10-05)
- ↑ 문경근, ""주식사라" 알린 뒤 보고서 낸 애널리스트…대법 "사기적 부정거래"", 서울신문, 2026.3.3. (접근일: 2026-10-05)
- ↑ "수수료에 눈먼 은행들…1분 통화로 '위험 1등급' DLF 팔았다", 서울신문, 2019.10.2. (접근일: 2026-10-05)
-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Goldman Sachs to Pay Record $550 Million to Settle SEC Charges Related to Subprime Mortgage CDO", SEC 보도자료 2010-123, 2010.7.15. (접근일: 2026-10-05)
- ↑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 Adopts Rules and Interpretations to Enhance Protections and Preserve Choice for Retail Investors in Their Relationships With Financial Professionals", SEC 보도자료 2019-89, 2019.6.5. (접근일: 2026-10-05)
참고 문헌
- Michael C. Jensen, William H. Meckling, "Theory of the Firm: Managerial Behavior, Agency Costs and Ownership Structure", 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 1976 — 주인-대리인 관계와 대리인 비용을 정리한 논문
-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44조·제45조·제71조·제98조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년 10월 2일 시행본)
| 문서 정보 | |
|---|---|
| 정보 기준일 | 2026년 10월 기준(법 조문은 2026.10.2 시행 자본시장법 기준, 사례는 2010~2026년) |
| 최종 수정일 | 2026년 10월 5일 |
| 검수일 | 2026년 10월 5일 |
| 검수 상태 | 검수 완료 |
| 작성·관리 | 투자위키 운영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