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Tapering)
다른 명령
테이퍼링(Tapering)은 중앙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자산매입 프로그램의 규모 또는 속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통화정책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를 통해 중앙은행이 매월 일정 규모의 국채나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매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자산매입의 월별 규모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과정을 가리킨다.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즉시 매각하거나 양적긴축을 시작한다는 의미와는 구별된다. 자산매입을 계속하면서 매입 규모를 줄이는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여전히 확대될 수 있다. 반면 양적긴축(QT)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증권의 만기 도래분을 재투자하지 않거나 증권을 매각하여 대차대조표 규모를 축소하는 정책을 의미한다.
-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실시하던 자산매입의 규모 또는 속도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정책이다.
-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는 것과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을 실제로 축소하는 양적긴축(QT)은 서로 다른 정책이다.
- 테이퍼링은 일반적으로 경기와 금융시장 여건이 개선되거나 중앙은행의 정책 목표에 대한 진전이 확인될 때 논의될 수 있다.
- 테이퍼링 발표와 시행은 장기금리, 금융시장 기대, 환율 및 위험자산 가격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방향과 규모는 당시의 경제·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테이퍼링의 작동 구조
중앙은행의 자산매입은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여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수단이다. 중앙은행이 국채나 주택저당증권 등을 지속적으로 매입하면 해당 증권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금융시장에 완화적인 금융여건이 형성될 수 있다. 연준은 자산매입이 금융시장 기능을 지원하고 가계와 기업에 대한 신용 흐름을 뒷받침하는 데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테이퍼링은 이러한 자산매입 자체를 즉시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매월 새롭게 매입하는 자산의 규모를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매월 국채 800억 달러와 MBS 400억 달러를 매입하고 있다가 이를 각각 700억 달러와 350억 달러로 줄인다면, 자산매입은 계속되지만 신규 매입의 속도는 감소하게 된다. 미국 연준은 2021년 11월 이러한 방식으로 국채와 MBS의 월별 순매입 규모를 각각 100억 달러와 50억 달러씩 줄이기 시작했다. 이후 12월에는 축소 속도를 두 배로 높였으며, 2022년 3월 초 순자산매입을 종료했다.
테이퍼링과 양적긴축의 차이
테이퍼링과 양적긴축(QT)은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 정책과 관련되어 있지만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자산을 계속 매입하면서 신규 매입의 속도를 줄이는 과정이다. 따라서 테이퍼링 기간에도 중앙은행의 자산 보유액은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양적긴축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자산의 규모를 실제로 줄이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만기가 도래한 국채의 원금을 재투자하지 않거나 보유 증권을 매각하면 중앙은행의 증권 보유액이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을 분석할 때에는 자산매입의 축소, 자산매입의 종료, 보유자산의 축소를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연준 역시 2021년 테이퍼링과 이후의 대차대조표 축소를 서로 다른 정책 조치로 구분하였다.
테이퍼링의 결정 요인
중앙은행은 테이퍼링 여부와 속도를 결정할 때 경제활동, 고용, 물가, 금융시장 상황 등 다양한 정보를 고려한다. 미국 연준의 경우 최대고용과 물가안정이라는 통화정책 목표에 대한 경제의 진전 정도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활용했다. 2021년 FOMC는 고용과 물가안정 목표를 향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판단한 이후 자산매입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역시 중요한 변수이다.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장기 목표를 지속적으로 상회하거나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경우에는 완화적인 정책의 정도를 줄일 필요성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경제활동이 크게 둔화하거나 금융시장의 불안이 확대되면 중앙은행은 테이퍼링의 속도를 늦추거나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 연준의 2021년 회의록에서도 경제 상황이 예상과 크게 달라질 경우 자산매입 축소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되었다.
테이퍼링과 금리정책의 관계
테이퍼링과 기준금리 또는 정책금리 인상은 서로 관련되어 있을 수 있지만 동일한 정책은 아니다.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속도를 조절하는 대차대조표 정책인 반면, 정책금리 조정은 단기금리의 목표 수준을 변경하는 금리정책이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테이퍼링을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즉시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21년 미국 연준 내부에서도 자산매입 축소와 연방기금금리 인상은 별개의 정책 조치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연준은 당시 자산매입을 축소하면서도 정책금리 인상 시점은 별도로 판단했다. 시장에서는 테이퍼링 자체보다 테이퍼링의 속도, 향후 정책금리 경로, 경제지표 및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제공하던 추가적인 자산매입 수요가 감소한다는 의미이므로 금융시장 참가자의 기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장기 국채금리는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규모뿐만 아니라 향후 정책금리, 경제성장률, 인플레이션 기대, 기간 프리미엄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테이퍼링이 발표되었다고 해서 장기금리가 반드시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테이퍼링에 대한 시장의 예상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 시장이 예상하지 못한 빠른 자산매입 축소가 발표되면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며, 반대로 정책 변화가 충분히 사전에 전달되었다면 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연준의 2021년 회의록에서도 테이퍼링 계획을 사전에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 가능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의가 있었다.
테이퍼링 분석 시 고려사항
테이퍼링을 분석할 때에는 자산매입 규모의 변화만 보는 것보다 정책 변화의 배경과 시장의 기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첫째, 테이퍼링의 속도를 확인해야 한다. 중앙은행이 매월 자산매입 규모를 얼마나 줄이는지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2021년 연준은 처음에는 점진적인 속도로 매입을 줄였지만 이후 인플레이션과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하여 축소 속도를 높였다.
둘째, 정책금리 경로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테이퍼링과 금리인상은 별개의 정책이지만 시장에서는 두 정책을 중앙은행의 전체적인 정책 정상화 과정이라는 관점에서 함께 평가할 수 있다.
셋째, 장기금리와 금융시장 변동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테이퍼링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거나 시장의 기대와 차이가 큰 경우에는 국채금리, 주식, 회사채 및 외환시장 등에서 가격 조정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중앙은행의 커뮤니케이션을 확인해야 한다. 테이퍼링의 시작 시점뿐 아니라 중앙은행이 경제 상황과 향후 정책 방향을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시장 기대 형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무 예시
테이퍼링 이후의 실제 정책 흐름도 참고할 수 있다. 2022년 6월부터 시작된 양적긴축(QT)을 통해 연준의 보유자산은 2조 달러 이상 축소되었으나, 단기자금시장의 유동성 경색 우려가 커지자 연준은 2025년 10월 29일 보유증권 전체의 감축을 2025년 12월 1일에 종료하기로 발표했다(이후 국채 원금 상환액은 전액 재투자하고, 주택저당증권(MBS) 등 기관채의 원금 상환액은 단기국채에 재투자). 이는 테이퍼링(2021~2022년 자산매입 축소) → 양적긴축(2022~2025년 보유자산 축소) → 양적긴축 종료(2025년 12월)로 이어지는 연준 대차대조표 정책의 전체 주기를 보여주는 실제 사례다.
테이퍼링의 장점
테이퍼링의 주요 특징은 중앙은행이 금융시장에 제공하는 정책 지원을 갑작스럽게 중단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산매입을 즉시 종료하는 대신 일정한 속도로 축소하면 금융시장 참가자가 정책 변화를 사전에 준비할 수 있으며, 중앙은행 역시 경제 상황에 따라 축소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 연준은 2021년 테이퍼링 과정에서 경제 전망이 달라질 경우 매입 축소 속도를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테이퍼링의 한계와 위험
테이퍼링은 금융시장에 예상보다 큰 변동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시장이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를 충분히 예상하지 못했거나 정책 정상화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 빠른 경우 장기금리와 위험자산 가격이 크게 움직일 수 있다. 테이퍼링이 경제의 회복을 반영한 것인지, 또는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전환인지에 따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테이퍼링이라는 단어만으로 금융시장의 방향을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신흥국 금융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와 위험선호 변화가 환율 및 자본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외화부채, 경상수지, 외환보유액 및 국내 금융시장 여건 등을 함께 분석할 필요가 있다. 다만 테이퍼링이 모든 신흥국에서 동일한 규모의 자본유출이나 통화가치 하락을 일으킨다고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쉽게 이해하는 테이퍼링
테이퍼링은 수도꼭지를 완전히 잠그는 것보다 물이 나오는 속도를 줄이는 상황에 가깝다. 중앙은행이 매달 100만 원어치의 금융자산을 매입하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어느 시점부터 중앙은행이 매달 100만 원 대신 80만 원, 이후 60만 원, 40만 원씩 매입한다면 금융시장에 대한 새로운 자산매입의 규모는 점차 줄어든다. 그러나 매입을 줄였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금융자산을 바로 매각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테이퍼링과 보유자산 축소는 구분해야 한다. 이후 중앙은행이 기존 보유자산의 만기가 도래해도 재투자하지 않아 보유자산 자체를 줄이기 시작한다면 이는 양적긴축에 해당할 수 있다.
출처
- 한국은행, 「경제용어사전: 테이퍼링(tapering)」 — 테이퍼링을 자산매입 규모를 점차 줄여 가는 양적완화 축소 정책으로 설명, 2013년 테이퍼 탠트럼과 2014년 매입 종료 경과. https://www.bok.or.kr/portal/ecEdu/ecWordDicary/search.do?menuNo=200688&query=%ED%85%8C%EC%9D%B4%ED%8D%BC%EB%A7%81&ecWordSn=595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2021년 11월 3일) — 월별 순자산매입을 국채 100억 달러, MBS 50억 달러씩 줄이기 시작한다는 결정.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11103a.htm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2021년 12월 15일) — 순자산매입 축소 폭을 국채 200억 달러, MBS 100억 달러로 확대(축소 속도 2배).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11215a.htm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Minutes of the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September 21–22, 2021 — 점진적 테이퍼링 경로와 사전 커뮤니케이션, 경제 상황에 따른 속도 조정 논의.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fomcminutes20210922.htm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Monetary Policy Report, February 2022 (요약) — 2021년 11월 매입 축소 시작, 12월 가속, 2022년 3월 초 순자산매입 종료. https://www.federalreserve.gov/monetarypolicy/2022-02-mpr-summary.htm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Plans for Reducing the Size of the Federal Reserve's Balance Sheet (2022년 5월 4일) — 2022년 6월 1일부터 월별 상한 방식의 보유자산 축소(양적긴축) 시작.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20504b.htm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eral Reserve), Federal Reserve issues FOMC statement 및 Implementation Note (2025년 10월 29일) — 12월 1일 보유증권 전체 감축 종료, 이후 국채 원금은 전액 재투자하고 기관채·MBS 원금은 단기국채에 재투자.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51029a.htm , https://www.federalreserve.gov/newsevents/pressreleases/monetary20251029a1.htm